방둥이의 비밀의 숲

입사 전 일기

규둥 2020. 11.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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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는 시간은 2일, 나는 29일에 입주하기로 마음 먹었다.

가족들과 헤어지는게 아쉬워 점심 이후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하고 떠난다고 해서 뭔가 유별난 세레모니따위는 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들도 그냥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행동했고 보통날과 같은 집밥을 먹고 서둘러 기차역으로 갔다.

아빠, 엄마, 동생이 잘가라며 배웅해주시고 나는 멋지게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캐리어가 너무 커서 허둥지둥대다가 기차가 출발해버렸다. 전화라도 해서 뭔가 내 마음을 전달할 말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라 그런지 사람들이 대화도 하지 않아 너무 고요했다. 겨우겨우 속삭이면서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전화드려 말씀드렸지만 너무 작게 말했는지 "뭐라고? 안들려어"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속상했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1시간만에 수서에 도착해서 택시까지 타고 난 뒤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드렸고 서둘러 기숙사에 도착해 입주계약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24인치 캐리어와 내 빵빵한 백팩, 그리고 화요일에 보낸 박스 6개를 찾아 정리를 시작했다. 

이전에 내가 쓸 침대와 책상을 쓰시던 분이 많은 걸 남겨놓고 갔다. 머리카락, 먼지, 끈 떨어진 가방, 쓰레기, 연필깎고 난 찌꺼기.... 서랍과 침대, 화장실 모두 공포 그 자체였다. 그분의 생활 습관을 존중하지만 어떻게 이런 먼지구덩이에서.... 기겁했다. 엄마가 출발하기전 챙겨주신 항균 물티슈가 빛을 발할 시간이었다. 그냥 모든지 보이는데는 닦고 쓸고, 땀이 날정도로 열심히 했다. 휴우 내가 비위가 강해서 너무 자랑스러웠다. 박스를 하나하나 풀고 짐들을 정리하다보니 뭔가 시원한 생각이 들었다. 뿌듯.

다 정리하고 나니 벌써 2시간이 훌쩍 넘어간 상태였고 이제 필요한 걸 사러 갈때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입사하는 학교동기와 다이소를 가기로 결정하고 출발하는데 와우 가장 가까운 곳이 걸어서 25분 거리라니... 오마갓

그래도 동기와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재밌었다. 매장에 도착해서 먼저 청소용품을 사고 빨래망, 빨래바구니, 소품정리용 작은 바구니, 귀마개 등을 사니 별거 안 넣었는데 2만원이 훌쩍 넘었다. 역시 홀로살이는 돈 드는 일 천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2만원대지만 곧 사야할 물품들이 쌓여있어서 살짝 불안한 느낌이었다. 지름길로 돌아와 방에서 산 물건들을 정리하니 배가 고팠고 원내 편의점, 마트를 들려 참치마요주먹밥, 컵밥, 샌드위치를 사왔다. 별거 아닌것처럼 보여도 너무 맛있었다.ㅠㅠㅠ 나 많이 굶주렸었나 ㅋㅋㅋㅋ  혼자서 놀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니 룸메분이 고향에서 돌아오셨고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보니 좋은 사람이란걸 알 수 있었다. 한참 같이 놀다가 룸메는 내일 일때문에 잠시 확인할 게 있다고 나갔고 그 사이에 더러움의 최고치인 화장실을 청소했다. 바닥이 검어서 그냥 물때 같은 것이겠지 했지만 막상 청소해보니 다 머리카락이었다..... 알수없는 찌꺼기들과 엉쳐서 바닥에 붙어버린... 

놀람과 환장의 파티, 집에서 가져온 고무장갑이 신의 한 수였다. 작은 걸로 행복해지는 기숙사 (하트)

막상 다 청소하고 보니 왜이렇게 뿌듯한지, 땀이 송송 났지만 상관없었다. 마치 체해서 더부룩한 느낌이 싺ㄲ 사라지는 듯한 느낌? 

룸메가 돌아오자마자 뿌듯한 마음에 자랑하고 곧 잘 시간이 되어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첫 날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낯선 잠자리 때문인지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자다깨다를 몇 번 반복하다 잠이 들었고 7시 20분에 맞춰놓은 알람은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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